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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일단 크고 봐야 해

[2018-01-03, 09:52:37] 상하이저널

큰아이가 중학생이 되면서 사춘기가 시작됐는지, 사소한 일로 충돌하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고분고분 하던 아이가 말도 안 되는 괴변으로 말대답을 할 때는 정말 아이가 사춘기라는 걸 잊을 정도로 화가 나기도 한다. 이럴 때 마다 틈틈이 들었던 교육강좌를 되뇐다.


'그래, 몸만 커지는 게 아니라 생각도 커지느라 그런다고 했지. 이해하자.'


신기하게도 엄마가 화가나 부르르 떨지 않으면 아이도 도를 넘지를 않았다. 살짝 도를 넘는가 싶을 때도 엄마가 평정을 유지하면 아이도 금새 평정을 되찾았다. ‘역시 엄마 하기 나름이구나’, 그런데 왜 이렇게 잘 안되는지, 어느 누구나 마찬가지지만 태어나 처음 사춘기를 지내는 녀석과 태어나 처음 엄마를 하고 있는 내가 어찌 충돌이 없을 수 있는가, 그러려니 하며 웬만한 일은 두리뭉실하게 넘겼다.


그러다 최근에 식사 때마다 큰 아이와 실랑이 아닌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어릴 때부터 우유 요구르트 등 음료수를 잘 마셨던 큰 아이는 최근 매 끼마다 우유나 탄산음료를 찾았고, 우유를 마실 땐 그다지 심각한지 몰랐는데, 콜라, 사이다를 찾았을 땐 순간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 외식 때 마다 아무렇지도 않게 시켜주었던 탄산음료를 집에서도 찾으니 사태가 여간 심각해 보이는 게 아니었다. 더욱이 중학생이 된 후론 학교에 설치된 자판기를 통해 언제라도 탄산음료를 마실 수 있게 되어, 집에서는 되도록 탄산음료를 사놓지 않고 있었다.


아침으로 누룽지 밥이나 떡국을 먹으면서도 옆에 우유를 놓고 같이 마시거나, 저녁에 된장찌개를 먹으면서도 콜라가 있냐고 물어보는 녀석에게 이젠 식사할 땐 우유나 탄산음료를 먹지 말 것을 당부했다. 역시나 ‘왜냐’는 물음이 날아왔다. 중식을 먹을 땐 느끼함을 달래고자 음료나 차를 같이 마시긴 하지만 한식을 먹을 땐 굳이 음료수가 필요가 없으니 탄산음료를 찾는 나쁜 습관을 고치라고 나름 짧고 간결하게 설명해줬다고 생각했다. 아이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대꾸도 안하더니 다음날 하굣길에 아예 사이다를 한 병 사들고 들어왔다. 사이다를 보는 순간 어디 한번 해보자는 거구나 싶었지만, 호흡을 가다듬으며 사이다는 뭐하러 사왔냐고 조용히 물었다. 밥 먹을 때 못 먹게 하니 밥 안 먹을 때 마시려고 사왔단다. 딱히 뭐라 안된다고 할 이유가 생각나지 않았다.


한동안 이 문제로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많은 고민을 해 보았다. 외식을 자주하는 편도 아니고 반찬으로 우유를 준 것도 아닌데, 작은아이는 음료를 전혀 찾지 않는데, 큰아이는 왜 이렇게 유독 음료수를 찾는 것인지. 개인취향이라고 밖에는 달리 다른 결론을 낼 수가 없었다. 왠지 이렇게 계속 가다간 한국 가서 어른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한 소리 들을 것이 뻔했다. 아이 건강도 건강이지만 애 잘 못 키웠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걱정이 된 것도 사실이다. 생각이 이렇게까지 미치자 더 이상 큰아이를 두고 볼 수가 없었다.


그 후론 음료수를 찾을 때마다 영양적인 면을 들먹이며, 밥은 반찬과 먹으라고 권고하기 시작했고, 큰 아이는 여태껏 잘 주다가 갑자기 말도 안 되는 괴변으로 음료수를 안주는 엄마를 이해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나의 행동은 너무나도 설득력이 부족해 보였다. 이런다고 애가 안 먹는 것도 아닌데 나는 주변의 선배엄마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대부분 우유를 곁들인 밥상은 크게 나쁘지 않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단지 피자와 콜라는 몰라도 된장찌개와 콜라는 영 매치가 안 된다며, 콜라를 우유로 바꾼다면 키 크는 데도 도움이 되고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었다. 내가 너무 예민하게 생각했던 걸까? 아니면 남의 일이라고 다들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건가? 이 때 한 분이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이는 잘 크고 있어요?”


또래에 비해 큰 편도 작은 편도 아닌, 무난하게 잘 크고 있는 것 같다고 대답을 했더니, “그럼 그냥 냅둬요. 뭘 먹던 일단 크고 봐야 해~” 우문현답이었다. 큰 아이는 정말 표준속도로 걱정 없이 잘 크고 있었다. 아무래도 아이와 쌓인 감정이 난데없이 음료수로 불똥이 튄 것 같아 많은 반성을 했다. 도대체 얼마나 더 책을 읽어야 현명하고 어진 어미가 되는 건지, 그런 날이 오긴 하는 건지, 오늘도 반성하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

 

반장엄마(erinj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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