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리한 경제성장보다 GDP 조작이 덜 위험" 블룸버그
중국정부의 경제성장률 조작 가능성에 대한 의혹이 가시지를 않고 있다. 3분기 연속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7%로 일치했다는 점과 중국 기업과 국민들이 실제 피부로 느껴지는 경제상황과 거리가 있다는 점 등이 조작 의혹을 키우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NBS)은 지난 19일 중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7%로 3분기 연속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발표했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25일(현지시간) 중국 경제의 거품을 키우는 무리한 성장보다는 차라리 서류상으로만 GDP 성장률 달성을 표시하는 ‘데이터 마사지’가 중국 경제에 해악을 덜 미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겠지만, 과도한 성장정책을 밀어붙이다가 금융위기를 초래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중국은 1992년부터 분기별 GDP 성장률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때 이후 중국의 GDP 성장률이 3분기 연속 같은 수치를 기록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처럼 경제 변동성이 높은 나라에서 3분기 연속 똑같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면서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성장률 목표를 6.5~7.0%로 설정하고 있다. 공산당 지도부는 2020년까지 중국 경제의 총생산량과 일인당 국민소득을 2010년 대비 두 배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이 같은 목표치 달성을 위해 중국은 매년 6.5% 이상 경제성장을 해야 한다. 세계시장이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큰 폭의 재정 부양책을 동원해야 한다.
문제는 중국경제가 지금 막대한 부채와 과잉 설비투자, 부동산 거품 등 심각한 여러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는 사실이다. 언제라도 금융위기를 촉발시킬 수 있는 만성 질환들이다. 중국은 금융위기를 촉발시키지 않으면서도 경제성장을 이끌어내야 하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이런 상황에서 “만일 중국의 경제 데이터가 조작이 됐다면, 오히려 희망(silver lining)이 있다”라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인 ‘캐피탈 이코노믹스’와 스페인의 ‘빌바오 비스까야 아르헨따리아 은행’ 등 전문가들은 경제성장률(GDP) 목표치 달성을 위해 무리하게 신용을 늘려 돈을 푸는 것보다는 차라리 경제성장률 수치를 조금 손보는 편이 중국 경제에 미치는 해악을 줄이는 길이라고 말하고 있다.
싱가포르 소재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경제학자인 줄리언 에반스-프리처드는 “만일 중국의 정책 담당자들이 높은 경제성장률을 고집한다면, 고도성장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경제를 지나치게 자극하는 것보다는 서류상으로만 GDP 수치를 조작하는 편이 낫다”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의 GDP 산정 방식의 변화가 조작 의혹을 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중국 NBS는 최근 GDP 산정을 개선하기 위한 조처를 취했다. 그동안 중국의 GDP 산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던 서비스 산업이나 인터넷 신경제 등을 포함시키기 위해 전국적인 조사를 실시했다. 유엔 차원에서 권고하는 연구개발 분야도 경제성장에 포함 시켰다.
성 라이윈(盛來運) NBS 대변인은 지난 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3분기 경제성장률과 관련된 질문을 받고는 “꼼꼼한 계산을 거쳐서 나온 수치”라고 말했다.
에반스-프리처드 역시 중국의 GDP 자료가 조작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말했다. 그는 “지난 3분기 성장률은 오히려 6.7%를 넘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통계당국이 마지막 산정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GDP 디플레이터(물가상승에 의한 명목적 증가분을 제거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가격수정인자)를 적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 마사지'는 과잉 경제개발에 따른 환경오염과 부채누적, 부동산 거품 확대 등 보다는 낫지만, 이 역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스페인 BBVA(Banco Bilbao Vizcaya Argentaria, S.A) 은행의 시아 레 홍콩 주재 수석경제학자는 “우선 정부의 신뢰도가 추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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