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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작가 상하이 초대전 '내 안의 숲 길'

[2014-12-20, 06:25:16] 상하이저널
한국미술작가 상하이 초대전
내 안의 숲 길
 
나는 농사를 짓는다.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시작한 27년간의 미술교사 생활을 퇴직하고 이젠 그림과 농사가 내 생화의 전부가 되었다. 농사라고 하기에는 보잘것없는 규모긴 하지만 그래도 나의 식구가 먹을 배추며 무, 고추, 오이, 고구마, 쌈 채소 등을 직접 키워낸다. 헤아려 보면 스무 가지는 족히 되고도 남겠다. 올해엔 처음으로 표고버섯까지 수확했으니 제법 농사자로서의 품목을 갖췄다 하겠다.

본디 꽃을 좋아해서 좋아하는 꽃을 맘껏 키워보고 싶어 시골에 조그마한 땅을 마련하고 들어오게 되었다. 이곳에서 청명한 파란하늘과 바람을 벗 삼아 꽃을 키우고 채소를 심고 가꾸며 숲길을 걷는 것이 내 일상이 되었고 그 일상이 그대로 내 그림이 되었다.

길이란 인생의 항로에 비유되기 때문에 예술에서는 상징적인 의미와 기호적인 의미를 동시에 지녔다고 생각한다. 길은 대학을 졸업한 무렵부터 지금까지 삼십여 년을 집착하는 모티브였고, 나는 이 길의 여러 가지 모습을 통해 죽음과 자연과 생명의 본질에 대한 생각들을 표현해왔다. 그리고 시골 생활을 시작한 그 무렵부터 나는 숲 속에 난 조그만 오솔길로 들어선다.

숲과의 교감은 인간으로서 걸칠 수 밖에 없던 온갖 허울을 벗어 버리게 하고, 가장 고요한 상태로 마음을 안정시키며 섬세한 감각의 문을 열어준다. 그리고 내 안으로 시선을 돌리면 우주와 함께 호흡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몇 년 전 어느 봄날 나는 스케치북에 이런 글을 써놓았다.

“오늘은 햇살이 참 좋다. 바람도 적당히 불어와 풀이며 나뭇가지들을 이리저리 흔들고 있다. 6월의 숲의 색깔은 말 그대로 싱그러운 초록으로 가득하다. 조금 시간이 더 지나 7월이 되면 숲의 색은 초록이 너무 지쳐 맑고 상쾌하지가 않다. 태양도 너무 높게 올라 그 그늘은 너무 짙고 어둡다. 8월이 지나고 9월의 한 가운데를 지나갈 무렵엔 벌써 초록은 빛을 잃기 시작한다. 그래서 일년 중 이때가 내가 숲을 담아내기에 가장 좋아하는 시절이다. 태양이 동남쪽으로 오르고 있을 무렵, 그리고 서쪽으로 기울 무렵 비스듬히 나무들을 쓰다듬으며 내려올 때의 빛이 참 좋다. 이때 나뭇잎들은 역광의 햇살을 받아 아이의 속살이 보이듯 맑고 투명한 보석처럼 반짝인다.

맑고 투명한 햇살이 나뭇잎 사이를 내려와 비치는 풀들이 무성한 오솔길 위에 서서 길을 바라본다. 이 길을 따라 내가 왔고, 또 이 길을 따라 내가 걸을 것이다. 그리고 무수히 많은 누군가도 이 길을 따라 걸었으며 또 걸을 것이다. 이 길에는 모든 생명들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그 생명들이 지금도 이 빛과 바람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 시간들을 지금 멈춰선 이 찰나의 순간에 담아 표현하고 싶다.”

나의 작업은 바람결에 떨리는 녹색과 연두 빛 풀들의 작은 일렁임까지 감지하기 위하여, 작고 부드러운 모필로 그어대고 또 그어댄다. 가느다란 선과 터치의 무수한 반복과 겹치고 중첩되는 과정 속에서 화면에 원래 발라두었던 검정색 바탕이 미세한 틈으로 보이게 되고, 그 틈 사이로 내밀한 호흡이 느껴지도록 화면을 조율해 나간다. 이것은 치열한 붓질의 반복적 과정을 통해 적막한 사유의 세계를 열어 보여 내 자신의 심혼을 감지해 보려는 일련의 행위이며, 겹치고 중첩되는 붓질은 숲 속 길에 겹겹이 쌓여진 생명들의 시간들이며, 그것은 바로 숲과 바람과 빛을 통하여 내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려는 자의식과도 같은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내가 숲을 통해 받은 그 감명을 그대로, 통째로 내 그림을 보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미련한 몸짓이다.

나는 언제나 눈앞에 펼쳐지는 푸른 숲이 좋다. 녹색의 향연이 좋고 나뭇잎과 흙 냄새를 이리저리 싣고 다니는 바람의 흔적이 좋다. 당초문마냥 이리저리 뻗은 칡넝쿨, 키 넘게 훌쩍 자란 들꽃과 숲길 사이로 쏟아져 들어오는 생명과도 같은 그 영롱한 햇살이 좋다.

녹색과 연두색의 숲 속은 신비한 푸른빛으로 빛날 때가 있다. 시원한 바람 솔솔 부는 초록빛 그 숲길에 서면 내 마음은 풍요로움과 싱그러움이 가득 차고 흘러야 할 시간은 저만치서 멈춰선 듯하다.
어쩌면 숲 속의 현자는 바로 우리 자신일 것이며, 마음 속 숲길을 따라가다 보면 깊은 내면의 세계와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류재현, 길, 117 73 , 2013
류재현, 길, 117 73 , 2013
 
류재현, 길, 162 90 , 2012
류재현, 길, 162 90 , 2012
 
류재현, 길, 194 120 , 2012
류재현, 길, 194 120 , 2012
 
류재현,길,73 50 ,2012
류재현,길,73 50 ,2012
 
 
 
 
 
 
 
 
 
 
 
 
류재현 작가
-전주출생
-전북대 사범대학 미술교육과 및 동대학원 졸업
-개인전 5회(서울, 전주, 파리)
-GIGE(중국국제무역센터/베이징)
-아시아 탑 갤러리 호텔아트페어(그랜드 하얏트/서울)
-광주 국제 아트페어(김대중컨벤션센터/광주)
-KIA(코엑스/서울)
-화랑미술제(코엑스/서울)
-호산옥션(리츠칼튼호텔/상하이)
-AAF Singapo (싱가폴)
-Cite internationaie des art 레지던시 (가나아트/파리)
-전라북도 해외전시 지원작가 선정

전주MBC 창사 50주년 기념
‘한국미술작가 상하이 초대전’

•일시: 2015년 1월 16일(금)- 22일(목)
•장소: 주상하이한국문화원
•주소: 徐汇区漕溪北路396号汇智大厦 3층 전시실
•주최: 한국 전주MBC/주상하이 한국문화원
•주관: 윤아르떼(상해상윤무역)
闵行区宜山路2016号合川大厦3层G室
021)6405-510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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