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부터 나는 봉사의 일환으로 어머님들한테 기초 중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올해로 벌써 두번째 수업에 접어들었다. 일주일에 두 번, 중국에서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말들과 우리가 잘 몰랐던 중국문화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주요 수업내용이다. 이제 상하이에 온지 한 달 차부터 거주경력 16년차까지 다양한 분들이 오셨다. 솔직히 오랫동안 거주하셨던 분들께는 별 도움이 안되는 수업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횟수를 거듭할 수록 오래 살았어도 전혀 몰랐던 내용이 많았다는 얘기를 듣고 더욱 열심히 수업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됐다.
나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중국을 접했기에 거부감이 거의 없었다. 모든 것이 신기했고, 모든 것이 재미있었고, 모든 것이 맛있었다. 물론 남의 나라에서 산다는 것이 어찌 꽃 길만 같으랴. 여기도 좋은 사람, 이상한 사람, 나쁜 사람 다 있기는 마찬가지다. 어떻게 하면 수강생들에게도 이런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내가 중국에 살면서 겪은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들려주게 됐다. 재미있다는 반응부터 믿기 어렵다는 반응까지 에피소드들에 대한 평가는 다양했다.
중국사람들이 대체로 친절하다는 말에 많은 수강생들이 동의하지 않았다. 여기서 오래 살아봤지만 친절한 사람은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와 친분이 있던 부동산 한족 사장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 한족 사장님 역시 한인타운에서 10년을 넘게 일했지만, 한국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친절한 한국사람은 본적이 없다는 얘기였다.
집 수리하러 온 아저씨, 짐을 날라주던 아저씨, 택시기사, 매장직원 등등 누구 하나 친절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이 수강생들의 일관된 의견이었다. 자녀를 로컬에 학교에 보내지 않는 이상 우리 주변에서 만나볼 수 있는 중국인들은 기껏해야 요정도가 다 일 것이다. 중국 특유의 발음과 쎈 억양 탓에 생긴 오해가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인상이 무서워 보였던 쓰레기 치우는 아저씨도 몇 마디 나눠보니 세상 착하기 그지없다. 말이 잘 통해도 오해가 생기기 마련인데, 말이 잘 안 통하니 서로에 대한 오해는 오죽하랴.
10년 넘게 살고 있지만 누가 물어보면 온지 1년 정도 됐다고 얘기하게 된다는 얘기를 듣고 중국어에 대한 부담과 압박을 느낄 수 있었다. 방법이 없다. 배우는 수 밖에. 주변 일들을 좀 정리하고 시간을 내어 중국어를 배우는 방법밖에 없다. 배워보신 분들이 한결같이 하시는 말씀이 배워도 안는다는 것이었다. 중국어는 그만큼 우리에게 생소하고 어려운 언어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니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말이 통하기 시작하면 마음이 열린다. 열린 마음이라면 어디인들 천국이 아니랴!
반장엄마(erinj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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