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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꽃들에게 손길을!

[2009-08-03, 09:25:25] 상하이저널
개기일식이 있던 날, 김포에서 상하이행 비행기를 기다리던 나는, 개기일식 때문에 상해에서 비행기가 김포로 못 들어 왔다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짐을 다 챙겨 들고 인천공항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2층에서 가방을 끌고 1층으로 내려가니, 공항버스 리무진을 타란다.

이건 아수라장이었다. 우리들 전용 리무진 버스를 대기시킨 것도 아니고, 김포공항을 거쳐 인천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무조건 타라는 것. 순간, 아이 다칠까봐 당황스럽기도 하고, 가방은 무겁기만 한데 항공사직원들은 버스가 오는 대로 짐을 싣고 타고 가면, 인천공항에 짐을 내려놓겠으니, 찾으면 된다 하면서 표를 나눠주고 있었다.

이런 경험이 한번도 없었던 나로서는 그 표가 승차권인지 알고 우선 그 표부터 받아 들고는 짐을 싣고 리무진 버스에 올라탔다.

힘있고 건장한 남자들은 벌써 다 떠나고 없고, 아이를 동반하고 있는 이들, 뭔가 짐 때문에 제 속도를 내지 못한 이들만 뒤쳐져가고 있었다.

늘 방송에서 유아, 아이를 동반한자, 여성들, 노약자 우선을 내세우더니, 실로 다급한 상황하에선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누구 하나 남을 배려해주는 이 하나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조금 전까지 앞에서 떠들어대고 있던 남자들은 하나도 눈에 보이지 않고, 그야말로 신사도 정신 발휘하는 사람 하나 없는 게, ‘정말, 우리나라 남자들 매너 없다’란 말만 입에 맴돌았다.

물론 비즈니스로 서울, 상해를 왔다 갔다 하시는 몸이라 바쁘시고, 조급하셨겠지만, 이 아줌마 눈엔, 정말이지, 몰래 카메라라도 있었음 찍어서 보여주고 싶을 정도였다.

문화의식, 질서의식이라곤 조금도 엿보이지 않고, 오직 자신의 몸, 자신의 몫만 챙기려는 소인배로 밖에 보이지 않아 대 실망 그 자체였던 것.

공항직원에게서 받은 표2장을 승차권인줄 잘못 알고 기사 옆 승차권 통에 넣으니, 옆에서 “그걸 왜 거기 넣어요? 그거 식권인데” 한다.

제대로 상황에 대해서 설명도 듣지 못하고서 사람들 움직임을 따라 무조건 따라 하다보니, 그게 식권인지, 승차권인지 알지도 못하고서 무심히 통에 넣어 버렸던 것. 식권이란 말에 ‘아이 저녁 먹여야지’ 하는 맘에 또 부끄러움도 느낄 새도 없이 얼른 승차권 통에 손을 집어 넣어 다시 꺼내 들었다.

레일을 타고 118번 게이트 앞에 다다르니, 식재료가 다 떨어져 음식을 못해주겠다는 식당측. ‘아이들 생각해서 꼭 좀 해달라’고 하니, 자신도 직원들 택시비 5만원씩 줘서 보내야 한다며, 하소연 한번 하고선. 그나마 해물우동으로 우리의 허기를 달래주었다.

비행기안에서 여러 가지 생각과 그림이 교차되고 있었다.

내 남편은 어땠을까? 물론 가족과 함께였더라면, 가족만을 챙겼겠지. 혼자였더라면? 역시 이날의 다른 사람들처럼 이기적인 사람이 되었을까?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일이고, 누구에게나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한 상황이어서 당황스러웠겠지만, 정말 그 자리에서 한 사람도 남을 배려하는 사람을 만나지도, 보지도 못한 것이, 진정한 신사도의 모습을 못 본 것이 입 끝에 쓴맛만 맴돌게 할 뿐이었다.

그러다 얼마 전의 일이 떠올랐다.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집안 여러 가지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수도 없이 이제는 쓸모 없게 된 물건들을 내다 버리게 되었었다.

아버지와 나, 단둘이었고 아버진 밖으로 나갈 수 없어, 나 혼자 기를 쓰면서 물건을 밖으로 내다버리고 있었다.

정말 너무 힘들어서, 온 몸이 다 떨렸었다. 그때 마침 주차를 하고 있던 어떤 아저씨가, 내 짐을 들어주시며, 내 대신 쓰레기장으로 갖다 내주는 것이었다.

자신이 차에서 보니깐 너무 힘들어 하는거 같아서, 도와주고 싶다고 말하면서... 그때 난 털썩 주저앉아 ‘정말 힘들어요’ 라고 외치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 아저씨, 정말 고마웠었다. 집에 들어와 아버지랑 둘이서 ‘정말 고마운 사람도 있구나!“ 했다. ’나도 다음에 언젠가 나의 적은 힘이라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으면 꼭 손 내밀어 주리라‘ 결심했었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예상치 못했던 일에 허둥지둥만 하고,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의 속뜻 한번, 헤아려보지 못하고, 괜히 힘세어 보이던 아저씨들만을 순간 비난했던 내 그릇이 너무 작아 보이기만 하다.

그래도 아저씨들! 앞으로 이런 일 없길 바라지만, 혹여라도 다음엔 힘 좀 써주세요...어느 누군가에겐 멋진 모습으로 손길을 보내주시길...

▷아침햇살(sha_bea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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