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중국의 드라마 심의 과정, 왜 이렇게 복잡해?

[2020-10-26, 18:36:21] 상하이저널

중국의 방송은 개혁개방 이전까지 단순히 정치적 선전 수단으로만 활용되었다. 그러나 개혁개방 이후, 방송에는 공산당이 바라는 국가 안정과 방송사가 원하는 산업적 발전과 이윤 추구라는 모순된 목적이 공존하고 있다.

많은 개방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국 TV매체의 모든 영상물은 중앙 정부의 강력한 통제 시스템하에서 심의를 거쳐 방송되고 있다. 특히 드라마는 중국 내에서 보급률이 가장 높기 때문에 다른 어떤것 보다 중국 내 시청자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에따라 매우 엄격한 심의 기준을 거쳐야만 한다.

심의를 하는 건 누구? - ‘국가광전총국’

한국 드라마의 경우, 방송 후 시청자들의 민원이 제기되거나 자체 모니터링에서 문제가 있을 때에만 심의를 진행하는 사후 심의제도이다. 이럴 경우 심의를 하게되는 기관은 대통령 직속 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이다.

중국에서 심의를 담당하는 기관은 ‘중화인민공화국 국가 신문 출판 광전총국 (中华人民共和国国家新闻出版广电总局)’, 줄여서 국가광전총국이다. 이 기구는 중국 최고 행정기관인 국무원에 소속되어 있으며, 주로 드라마, 영화, 광고 선전물에 대한 권리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보니 국가광전총국은 무려 24개의 내부기구와 46개의 직속기구 그리고 31개의 지방 관리 기구로 구성되어 있다.

국가광전총국의 공식적 기능과 역할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이러하다.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방송사업(신문, 라디오, 영화, 드라마) 선전에 관한 방침과 정책을 작성하고 올바른 여론과 창작을 지도하는 것이다. 또한 방송사업과 제작권에 관련된 법률법규의 초안을 작성하고, 각 부문의 규정, 정책, 기준을 제정하고 집행 및 감독한다. 

공익활동을 실행하여 혁명 근거(根據)지역, 소수민족 지역, 변경(邊境)지역 및 빈궁한 지역의 방송사업 발전을 촉진하기도 한다. 각종 방송관련 허가 발행 및 허가 취소 업무를 실행하고 시장 경영활동을 지도 감독하며, 위법 행위를 조사하고 처리한다. 또한 TV방송 뿐 아니라 인터넷출판물, 모바일출판물 등 디지털출판내용 및 활동에 대한 감독과 관리를 진행한다.

 
뜨거웠던 중국 드라마(출처: 신화통신)

만들기 힘든 중국 드라마 - 복잡한 심의제도

그렇다면 이런 까다로운 기관의 심의를 받는 중국의 드라마는 어떻게 제작될까? 그 과정은 매우 길고 험난하다. 간단하게 간추리자면, 현재 중국에서 드라마의 촬영과 제작을 위해서는 기획안 제출, 내용 심의, 발행허가라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국과 달리 중국의 드라마는 사전 심의부터 거친다. 드라마를 제작하기 전, 제작진은 해당 드라마의 기획안을 국가광전총국에 제출하고 확인을 받아야한다. 이 기획안도 누구나 제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획안을 제출하려는 제작사는 <드라마 제작 허가증 (电视剧制作许可证)〉, <방송 TV 프로그램 제작 경영 허가증 (广播电视节目制作经营许可证)>, <영화 촬영 제작 허가증 (摄制电影许可证)> 중 하나 이상의 자격을 보유하거나 시(市)급 이상의 방송국(방송사, 방송영상그룹을 포함) 이어야지만 드라마 제작의 시작점에 설 수 있다.

기준에 부합하는 기획안으로 끝이 아니다. 기획안과 같이 제출해야만 하는 자료 또한 산더미같이 많다.

우선 <드라마 촬영 제작 기획안 공시표> 혹은 <중대혁명 및 중대 역사 소재 드라마 입항 신고서 (重大革命和重大历史题材电视剧立项申报表)>를 제출하고 국가광전총국으로부터 확인 도장을 받아야 한다. 그 후 드라마의 주제, 주요인물, 시대배경 및 시나리오 등의 내용을 포함하는 1500자 이상의 소개서를 제출해야하며 만약 중대소재 혹은 정치, 군사, 외교, 국가안건, 민족, 종교, 사법, 공안 등의 내용을 포함하는 경우(이런 경우 특수 소재드라마라고 한다) 관련된 성, 자치구 및 직할시 또는 국가광전총국의 서면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외국과 합작하여 제작하는 드라마일 경우 외국 제작진 또는 배우의 리스트와 이력서를 제출하고 동시에 관련 계약서도 같이 제출해야 한다.

여기까지 절차를 거쳐 국가광전총국의 심의를 통과할 경우 드디어 드라마 제작에 돌입할 수 있게 된다. 험난한 과정을 거쳤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완성된 드라마가 바로 TV에 방영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사후심의까지 거쳐야만 드디어 시청자들에게 보여질 수 있다.

이런 것까지 금지? 중국의 희한한 심의 기준

드라마 제작사는 드라마를 완성한 후에 광전총국에 완성품을 제출해야만 한다. 그리고  만약 <드라마 내용 관리 규정>에 금지된 내용이 포함된다면 드라마 배급이 금지되거나  드라마의 내용을 수정하고 다시 심의를 받아야 한다.

규정에 따라 드라마에 포함되면 안 되는 것은,

1. 헌법의 기본 원칙에 대해 반대하거나 항거를 선동하는 것.
2. 국가 통일과 주권, 영토의 완전성을 위해하는 내용
3. 국가기밀을 누설하거나 국가안전을 위협 혹은 국가명예와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내용
4. 민족차별을 선동하거나 민족단결을 파괴 또는 풍속습관을 비하하는 내용
5. 종교, 미신을 종용하는 내용
6.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고 사회 안정을 깨트리는 내용
7. 음란물, 도박, 폭력이나 범죄를 교사하는 내용
8. 타인을 모욕하거나 비방하는 내용
9. 사회 질서와 공중도덕, 민족의 문화와 전통을 해치는 내용
10. 미성년자의 권익을 침해하거나 심신의 건강을 해치는 내용이며 

삭제 혹은 수정되어야 하는 것은,

1. 중국의 2, 30대가 혼전 출산하는 내용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서는 안 된다. <중국 인구 및 계획 생육 조례(中国人口与计划生育条例)>에 따르면 현재 2, 30대는 자녀를 두 명까지 출산할 수 있으며, 출산 허가증인 준생증(准生证)이 있어야 자녀 양육이 가능하다. 혼외자의 경우 법률 위반이다.
2. 범죄가 일어나는 곳에 경찰이 있어야 하며, 개인의 자살을 사회의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3. 드라마에 귀신, 혼령이 등장할 수 없다. 초능력자는 어린이 드라마에서만 등장 가능하며, 중화민국 건국 이후로 동물은 정령이 될 수 없다.
4. 학교 내에서 이성 교제와 학교 폭력이 일어나면 안 된다.
5. 정치, 부정부패를 다룬 드라마의 경우 실존하는 인명과 지명을 사용할 수 없다.
6. 고전, 역사 속 인물과 이야기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

다 지켜도 검열? - 그때그때 달라지는 심의 기준
 
보보경심 포스터(출처: 바이두)

그러나 앞에 소개된 심의기준을 지켰음에도 불구하고, 당국으로부터 갑작스레 검열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보보경심(步步惊心)>이 그 피해자이다. 현대의 인물이 과거로 타임슬립을 한다는 참신한 소재로 큰 인기를 끌었던 이 드라마는, 방영 이후 시청자를 현혹하여 현실에서 멀어지게 한다는 이유로 국가광전총국이 ‘타임슬립’이라는 소재를 금지시킨 원인이 됐다.
 
드라마 진정령(출처: asia N)

제작 전부터 검열을 당해 내용을 크게 수정한 드라마 또한 존재한다. 2019년과 2020년에 국내외로 큰 인기를 끌어 한국에서도 정식수입 후 방영됐던 드라마 <진정령(陈情令)>은 사전심의로 인해 작품의 메인 서사였던 동성애가 형제애와 우정으로 포장되어 방영됐다. 제작진은 동성애가 금지 된 중국의 심의사정에 맞춰 사랑과 우정을 뛰어넘는 관계를 표현했다고 설명했지만,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컸다. 또한 드라마 진행 중 시체가 등장해야 하나, 이 또한 심의에 걸려 내용이 수정되어 방영됐다.

학생기자 이혜원(저장대 영문학과)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의견 수 1

  • 아이콘
    정진호 2020.10.26, 20:30:18
    수정 삭제

    학교폭력이 등장하는 영화 少年的你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김쌤 교육칼럼] 존 듀이와 민주주의..
  2. 中 외국인을 위한 중국 생활·결제·영..
  3. 상하이화동한인여성경제인회 '幸福之诺'..
  4. 상하이 수향마을, 어디까지 가봤니?
  5. 상하이한국문화원, ‘여성’ 주제로 음..
  6. 홍차오-푸동 ‘40분’ 공항철도가 기..
  7. [신선영의 ‘상하이 주재원’]일용할..
  8. 中 전자 상거래 기업은 ‘영상 콘텐츠..
  9. 독일 총리가 상하이 도착하자마자 달려..
  10. 반석부동산, 서울 부동산 분석·투자..

경제

  1. 中 전자 상거래 기업은 ‘영상 콘텐츠..
  2. 반석부동산, 서울 부동산 분석·투자..
  3. 中 3월 부동산 개발업체 자금조달 6..
  4. 中 자동차 시장 내수 부족 문제 ‘여..
  5. 中 우한대학, 샤오미 ‘레이쥔’ 과정..
  6. 中 1분기 해외 수출 신에너지차 3대..
  7. 中 1분기 GDP 성장률 5.3%…..
  8. 무역협회, ‘2024 주중 한국기업..
  9. 中 베이징, 상하이 10개 도시서 A..
  10. 샤오미, SU7 한 대 팔 때마다 1..

사회

  1. 中 외국인을 위한 중국 생활·결제·영..
  2. 상하이화동한인여성경제인회 '幸福之诺'..
  3. 상하이한국문화원, ‘여성’ 주제로 음..
  4. 홍차오-푸동 ‘40분’ 공항철도가 기..
  5. 독일 총리가 상하이 도착하자마자 달려..
  6. 반석부동산, 서울 부동산 분석·투자..
  7. 中 28개省 인구 현황 발표…광동 6..
  8. 上海 시티숍(city shop) 경영..
  9. 상하이 지하철, 승차권 결제 시 해외..
  10. 上海 전국 유일 ‘신생아 치료 센터’..

문화

  1. 상하이화동한인여성경제인회 '幸福之诺'..
  2. 상하이한국문화원, ‘여성’ 주제로 음..
  3. 장선영 작가 두번째 여정 ‘Trace..
  4. 한국민화협회 상하이지부 제1회 회원전..
  5. 상하이 2024 국제 플라워 쇼 개막..
  6. 상하이 ‘국제 일러스트레이션 페어 2..
  7. 서양화가 임소연 두번째 개인전 <대..

오피니언

  1. [김쌤 교육칼럼] 존 듀이와 민주주의..
  2. [허스토리 in 상하이] 또 한번의..
  3. [신선영의 ‘상하이 주재원’]일용할..
  4. [茶 칼럼] 봄의 시작, 동정벽라춘(..
  5. [금융칼럼] 중국银联 ‘유니온페이’..
  6. [델타 건강칼럼] OO줄이면 나타나는..
  7. [무역협회] 美의 차별에 맞서, '법..
  8. [산행일지] 봄날의 ‘서호’를 거닐고..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