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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아홉수

[2018-01-18, 17:40:00] 상하이저널

나이가 49세에 이르기까지 9세 때는 어려서, 19세는 새로운 도전에 벅차서, 29세엔 결혼을 해서, 39세엔 살기 바빠서 아홉수에 다다른 나이를 의식할 새 없이 살았다. 몇 개월만에 운동을 한답시고 배드민턴을 하다가 왼쪽 다리에 순간 힘을 줬는데 종아리 근육이 파열됐다. 체감상으로는 수십가닥 끊어진 듯 움직일 수 없더니 냉찜질 조치가 잘 돼서인지 1주만에 거동이 가능한 걸 보면 몇 가닥 안 끊어진 모양이다. 발이 좀 거동하나 싶더니 아들 녀석이 극심한 코감기, 목감기를 호소하며 고생하더니 간호하던 나한테 옮기고 감기가 나았다. 가래와 극심한 콧물과 싸우며 이번 감기가 얼마나 독하고 질긴지 알았다. 한국에서 A,B형 독감이 유행한다더니 중국에 유행하는 독감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감기가 다 나은 지금도 아침에 콧물을 풀고 마른기침이 남아 고생하고 있다. 

미신에 가까운 아홉수를 한 번도 의식하지 않다가 연거푸 아프고 나니 49세임이 실감이 나 서글퍼졌다. 몸이 먼저 안 듯 하다. 지천명을 앞두고 있어 의식과 지성의 흐름은 20대, 30대, 40대 때 느꼈던 것보다 더 자유로워 졌는데 몸의 나이가 지천명의 이상을 깨 부순다.  

설(춘절) 때 겨울짐의 부담과 여러 이유로 한국에 가지 않기로 결정했는데 웬걸 남편은 한국에 가지 않는 지인들을 우리집으로 집결시켰다. 다른 때 같으면 그러려니 설음식 준비를 했으련만 이번엔 계속 몸이 아프니 저절로 한숨과 불평이 터져 나왔다. 처음 듣는 아내의 불평에 남편도 순간 아차 싶었나 보다. 49세가 됐음을 새해 실감하고 있다.


뭐 갑자기 49세의 몸나이를 느꼈겠는가? 재작년 한국 갔을 때 종합검진하며 처음으로 고지혈증 진단을 받았다. 지질 대사가 현저히 떨어지고 소위 나잇살도 찌고 관리하지 않으면 안되는 40대 후반의 전조 증상은 이미 여기저기서 지표로 나타나 있었다. 굳이 49라는 나이에 덤탱이를 씌울 필요는 없는데 49라는 숫자에 모든 탓을 돌리고 있는 듯 하다. 

바꿔 나의 아홉수들을 바라본다. 19세에 내가 그토록 알고 싶어하던 신을 알았다. 그러면서 50에 안다던 지천명을 나는 20대 때 발견했다. 29세 결혼을 했다. 내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 아름다운 가정을 꾸렸다. 39세에 사랑하는 자녀들을 키우며 수고 속에 소소한 행복을 누렸다.


성장해 가는 자녀들과 사춘기를 부대끼며 아웅다웅하지만 49세,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내게 주어진 가장 젊은 날임을 주지시킨다. 시간이 더 흐르면 설 때 손님을 불러 산 음식으로 대접해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래도 우리집에 오는 손님을 대접할 음식을 기꺼이 준비할 수 있는 건강이 있음을 본다. 새해 들어 연거푸 아팠던 덕에 운동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아니 겨울이 가기 전에, 오늘부터 운동을 꼭 시작하리라, 나잇살도 극복해 보자 오히려 내 나이를 다독여 본다. 

고 이태석 신부님이 본인의 모교에 의탁한 톤즈의 두 젊은이가 의대를 졸업한 기사를 읽었다. 한창 일할 젊은 나이에 누구보다 알찬 삶을 살고 생을 마감한 분이 남긴 위대한 유산을 기사로 접한다. 나이가 들어 몸에 이상이 생기고 기력이 떨어져 가고 아픈 걸 막을 길이 없다. 이태석 신부님처럼 모두에게 감동을 전할 시간으로 채우진 못하지만 오늘, 내 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기 좋은 날이다. 어제 사 둔 조청, 볶아 둔 검은깨를 가지고 오랜만에 강정을 만들어 나눠야겠다. 우리집 강아지와 함께 인사를 하며 산책을 해야겠다.

 

Renny(renny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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