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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6, 19:06:36] 상하이저널

강아지를 키우며 강아지용품이 급히 필요할 때마다 가까운 애견용품점을 들렀다. 햇수가 거듭되며 급할 때가 생겨 얼마 전에 막내에게 부탁해 핸드폰에 타오바오를 깔았다. 계정은 남편이 만들어주고 즈푸바오와 위챗머니를 사용하게 된 건 사실 몇 달 안된다. 남편과 막내의 도움으로 문명이 주는 편리함을 맘껏 누리고 있다. 하지만 난 여전히 구세대라 아날로그 생활을 한다.


아버지가 요양원에 계시다 보니 급히 한국을 다녀와야 했다. 김포공항에 내려 친정이 있는 지방까지 KTX를 타고 갔다. 역에 내려 친정에 가려고 택시를 탔는데 오랜만에 고향에 온 탓인지 고향 택시기사분과 오랜 시간 담소를 나눴다. 이야기가 재미있었던 탓인지 내리면서 들고 온 캐리어를 택시 트렁크에 놓고 내렸다. 토요일 저녁인데다 개인택시고 지방택시라 현금으로 결재한 탓에 트렁크를 찾을 일이 막막했다. 근처 지구대와 택시조합에 분실 신고를 했지만 4~5시간이 지나도 답이 없었다.

 

80을 바라보는 아빠와 엄마가 계시는 친정엔 인터넷이 되지 않는다. 10시가 넘어도 트렁크를 찾을 길이 없자 친정엄마 핸드폰을 빌려 보다가 친정에 와이파이 신호가 떠 있는 걸 보았다. 남동생이 가족 단톡방에 엄마를 초대하며 얼마 전 설치했단다.


문득 기사분과 이야기 할 때 자녀가 의사인 탓에 자랑 겸 여러 이야기가 오고 갔다. 동문에 나 또한 의료종사자이다 보니 기사 분 자녀의 병원 근무 날짜와 과가 독특해서 기억나는 정보로 검색을 했다. 세상에 있었다.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다음날 9시가 되자마자 병원에 연락해서 설명했더니 추측대로 병원 원장님 아버지가 택시 기사 분이었다.

 

일요일은 근무를 안하시고 소일 삼아 하는 운전이시라 트렁크 열어 볼 일이 없으셨으니 내 연락을 받고는 황당할 터. 다행히도 여행짐을 찾았다. 이 과정 중에 남편은 나의 정신 없음을 타박했다. 그런 아이들이 당황했을 엄마를 생각하며 말렸는데도 내 기분은 아랑곳 없이 계속 나무랐다. 하마터면 부부싸움할 뻔 했다.


다시 상하이로 돌아 와 며칠 안되어 집에 남편 후배들이 방문했다. 오랜만의 반가운 손님들이라 기다리는 후배들도 퇴근하는 남편도 서로 재촉이 심했다. 모처럼 집밥 저녁상을 앞두고 있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한참 즐겁게 식사와 다과 후 11시가 다 돼서야 돌아갔다. 남편이 갑자기 한국 휴대폰 봤냐고 묻는다. 남편은 업무상 중국휴대폰과 한국휴대폰을 모두 가지고 다닌다. 디디다처를 타고 왔는데 놓고 내렸고 4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깨달은 것이다.


처음엔 간단하게 생각했다. 기사도, 뒷사람도 다 기록이 있고 타고 내린 시간도 정확하니 곧 찾을 것이라. 하지만 오산이었다. 휴대폰은 꺼져 있었고 디디다처 회사는 기사, 뒤쪽 손님들 모두 물어봤는데 다들 못봤다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기숙사에 있는 아들이 구글 검색을 이용해 휴대폰 기기 찾기 서비스로 검색해 보니 휴대폰은 홍메이루 어딘가에 있는 걸로 검색됐다. 하지만 공안에 신고하고 찾아 다니는 모든 일이 처리하기 힘든 일이어서 결국 포기했다. 모든 것이 찾기 힘든 쪽으로 흘러갔고 결국 찾지 못했다.


속상해 하는 남편 모습에 일주 전 내 마음이 이입돼 아무 말도 못했다. 일련의 과정들을 거치며 막내가 추천했던 ‘Search’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아들이 구글로 핸드폰 찾기 서비스를 통해 홍메이루가 검색될 때 찾을 거란 희망이 있었다. 지금은 못찾았지만 내 캐리어를 찾았듯 잃어버린 휴대폰도 얼마든지 검색으로 찾겠구나 생각한다.


내가 딱 필요한 만큼만 활용했던 휴대폰을 들여다 본다. 1% 정도 활용하는 나의 모습과 비교되게 이 조그만 기계 안에서 나의 젊은 날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음을 본다. 세상이 검색이 되고 있고 필요한 걸 찾고 있는 세상이 그 안에 있다.


Renny(renny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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