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 만나는 봄, 공해로 인해 상하이의 하늘은 푸르지 않지만 따뜻한 햇살 앞에서 양(阳)의 기운의 느껴져 놀러가고 싶은 마음이 한아름이다. 쑤저우(苏州)에 지내고 있는 친구에게 마침 연락이 온 김에 상하이 근교인 쑤저우의 봄바람을 듬뿍 맞기 위해 약속을 잡았다.
다음날 아침, 아이들 아침준비와 학교에 보내고 나서 기차역으로 출발! 고속열차를 타면 35분 정도 밖에 안걸리는 곳이지만 항상 기차를 타면 마음이 설렌다. 나만 그런 걸까? 기차역에서 모처럼 짧지만 여유를 부리며 혼자만의 낭만에 빠져본다. 쑤저우와 우시 사이에 있는 태호(太湖)에 가서 같이 점심을 먹기로 한 친구가 기차역으로 나를 마중 나와 있었다. 친구 차를 타고 다시 태호로 출발~! 와~ 이게 얼마 만에 느끼는 자유인가. 아름다운 태호의 모습과 길가에 피기 시작한 꽃들, 아름다운 풍경, 상하이와 가깝지만 전혀 다른 느낌의 이곳, 이곳에 왜 인공호수를 만들라고 황제가 지시했는지 알 것만 같았다.
작년부터 세 아이의 양육과 나의 학업을 병행하게 됐다. 물론 집안에 도우미 아줌마가 있어서 다행히 큰 문제 없이 지내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단순해서 추진력이 강한 성격 탓에 이런저런 많은 생각하지 않고 시험을 등록해 버렸지만 현실적으로 결코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몸과 마음이 너무 무겁고 힘들어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 정신 없이 반복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태호의 아름다운 풍경은 자연이 나에게 주는 사랑이랄까? 중국에서 4번째로 큰 인공호수인 태호, 처음 봤을 때 바다인 줄 착각했던 나의 모습이 순간 떠올랐다. 아~ 저렇게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 같은 곳이 인공으로 만든 호수라니? 역시 대륙의 스케일이란!
태호를 마주하고 있는 특산요리 맛집에 자리를 잡았다. 태호산 새우, 생선, 자연채소요리 등등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참 수다를 떨었다. 요즘 부쩍 힘든 몸과 정신적인 스트레스 때문인지 아이들에게 은근 짜증 섞인 화를 자주 냈던 나를 정리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봄볕의 기운을 듬뿍 받고 돌아가 가족들에게 주변의 지인들에게 나의 충만한 에너지를 나누어 줄 수 있을 생각에 즐거워진다. 역시 사람은 받는 것보다 주는 데서 오는 행복감이 가장 크다는 말이 맞는 말인 것 같다.
상하이로 돌아오는 기차역에서 사색에 잠겼다. 아이들의 비해 나는 어른이지만 나 또한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지 않던가? 비록 육체의 성장은 멈췄지만 정신의 지속적인 성장은 아이들이나 부모인 나 모두에게 필요하니 바쁜 일상과 여유의 균형도 중요한 법이다. 맛있는 음식(미각), 아름다운 풍경(시각), 자연냄새(후각), 마음이 통하는 즐거운 대화(청각), 태호 앞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촉각) 오감(五感)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힐링 여행 대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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