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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울지 마라

[2020-11-02, 18:13:25] 상하이저널

이따금 핸드폰이나 컴퓨터를 사용할 때면 버전이 맞지 않는다거나 혹은 수많은 이유로 딱 막혀버릴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기계와 신문물에 대해 별로 안 친한 나는 식빵 몇 개에서 열이 오르며 남편에게 도움을 청하곤 했다. 남편은 기계와 컴퓨터, 핸드폰을 잘 다뤄서 on line, mobile 세계에서 일어나는 어깃장을 잘 처리해줬다. 또한 off line에서도 중국어를 잘해 잡다한 문제들을 처리해 줬으며, 대면하기 힘든 사람이나 상황에 관해서도 조언을 해줬다. 

그런 그가 한국으로 장시간 출장을 가게 됐다. 떠나기 전 며칠 동안 머릿속이 멍하더니 배웅한다고 공항에 갔다가 핸드폰을 분실했다. 그것은 필요한 모든 앱을 깔아놓고, 만발의 준비를 다 해놓은 생명줄 같은 핸드폰이었다. 이 사실을 인지한 순간 머리가 하얘졌고, 커다란 해일을 맞은 듯 눈물만 흘렀다. 어릴 적부터 잘 울던 나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어서도 그랬다. 타지의 공항에서 병원에서 대책 없이 잘도 울었다. 그것은 화, 두려움, 속상함, 고통, 인내심 그 어떤 것이 한계에 다다라 넘친 것인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핸드폰을 주운 사람이 돌려주지 않을까?’하는 일말의 기대를 했었는데, 충전을 가득 해놓은 핸드폰에 신호음이 가다가 삼십 분 정도 지나니 꺼져있었다. 일단 정지하려고 통신사에 갔는데, 남편의 이름으로 샀던 유심 카드라 여권 원본을 가져와야 한다고 했다. 오늘 출국한 남편의 여권을 어떻게 가져오냐고 해도 일절 가차 없었다. 급한 대로 새 카드를 사서 모바일 세계에 내 정보가 바뀌었음을 알리고, 내가 나 임을 증명하는 일련의 절차를 거쳐 나의 인맥, 내가 포함된 세상에 접속이 됐다! 결제 관련 비밀번호를 바꿔놓고, 은행에 새 핸드폰 번호를 신고하니 그나마 안심이 됐다. 

그러나 핸드폰을 습득한 사람이 내 핸드폰을 쓰고 있는지 지인들의 말에 의하면 전화를 받기도 한다고 했다. 핸드폰 분실 신고를 하려 경찰서에 갔더니 여러 증빙을 가져오라고 했다. 그런데 나의 주소, 여권번호, 핸드폰 번호가 다 바뀌어 어떤 방법으로 증명해야 할지 난감했다. 다음날 다시 찾은 경찰서에선 어렵사리 가져간 증빙들은 보지도 않고 신고를 받아주며, 확인 서류도 한 장 떼어줬다. 그 다음 할 일은 어떻게든 핸드폰을 해지시키는 일이었다. 다시 찾은 통신사에서는 첫날의 단호했던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다른 직원에게 준비해간 남편의 위임장과 여권 복사본을 들이밀자 지체 없이 해지가 됐다. 그러며 하는 말이 “누가 해지가 안 된다 했냐?”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오만 가지 개인정보가 들은 핸드폰 분실로 며칠 밤잠을 설쳤건만, 공공기관에서조차 직원마다 다른 매뉴얼로 처리하는 요지경 같은 세상이라니! 그래도 감사하게 수습이 됐으니 과정이 힘들어서 그렇지 핸드폰 분실은 나의 우주가 파괴된 것도 쓰나미에 쓸려간 것도 아니었다. 이제껏 남편 뒤에 숨어서 문제가 생기면 그가 해결해 줄 것을 기대한 내가 부끄러웠다. 그런 줄 알면서도 무던하게 내 곁을 지켜주었던 내 짝에 고마운 마음도 새삼 커졌다. 이제 노선을 좀 바꾸어보자고 생각해본다. ‘혼자서도 잘 할 수 있잖아. 울지 말자. 괜히 몸에 소금기만 빠질라.’     

여울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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