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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에게 진로를 묻다] 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2020-12-04, 06:07:26] 상하이저널
‘직업’에 자신을 가두기보다 이루고 싶은 ‘꿈’을 생각하자

여지원(서울대 국어국문학과)

•12년 특례
(2019 인문계열로 입학, 2020 국문과 진입)
•1~12 상해한국학교

오랜 중국 생활에도 불구하고 국어국문학과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우리 말과 글에 대한 흥미와 애정으로부터 국어국문학과에 지원해야 겠다고 결심했다. 우선 나는 12년 동안 한국학교만 다녔다. 해외에서 오래 거주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어와 한국문학을 접할 기회가 많았던 것이다. 특히 학교 도서관이 잘 조성되어 있어서 한국 문학 작품들을 접하면서 우리나라 문학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문학 작품을 읽다 보니 작품 속 수려한 표현들이 눈에 띄었다. 이렇게 점차 우리 말과 글의 매력을 알아갔다. 

아울러 워낙 훌륭하신 국어 선생님들이 많으셨기 때문에 국어라는 과목에 꾸준히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또 외국 가면 애국자 된다는 말도 있지 않나. ‘한글학당’ 봉사를 통해 중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우리 말과 글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다. 이러한 경험들이 쌓여 우리 말과 글을 더 탐구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자연스레 국어국문학과에 지원하게 되었다.

국어국문학과에서 배우는 내용은?

국어국문학과의 강의들은 크게 현대문학고전문학국어학의 세 가지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저학년 때는 각 분야의 입문 격 강의를 듣게 된다. 예를 들어 서울대 국문과의 1학년 전공과목으로는 ‘한국문학과 한국사회’, ‘한국문학연구입문’, ‘한국어연구입문’이 있다. 그리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각 분야에 대해 더욱 심화적인 내용을 다루는 전공과목이 개설되어 있다. 그러나 국문과는 학년에 상관 없이 자유롭게 전공 과목을 수강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권장’ 이수 학년일 뿐이지 꼭 그 학년에 이수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나 역시 현재 2학년이지만 3학년 전공 수업도 수강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문학에 관심이 있어서 이제까지 고전문학과 현대문학 강의를 위주로 수강해왔다. 문학 강의는 지정된 작품을 읽은 후 수업 시간에 토론을 하거나 관련 논문을 요약하여 발제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저번 학기에 들었던 ‘한국문학과 한국사회’라는 강의가 기억에 남는다. 해방 이후부터 한국의 근대사를 짚어보며, 우리 문학이 어떻게 사회와 상호작용해왔는지를 다루는 강의였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주어진 작품의 해석을 그대로 수용했기 때문에, 처음에 직접 작품을 분석하는 데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점차 나만의 해석을 입혀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강의였다.

국어국문학과의 진로는?

우리 말과 글을 배운다는 점에서, 국문과 졸업생은 사실 어느 분야에 가서도 배운 것을 응용하여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만큼 졸업생들의 진로도 다양한 편이다. 먼저 학문적 호기심을 더 충족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언론/출판계 직업에 종사하는 케이스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학부생 때 교직에 관심 있는 학생들은 교직 이수를 하여 국어 교사가 될 수도 있다. 또한 문학을 공부하다 보니 창작 욕구를 느끼게 되어 글을 쓰는 작가가 되기도 하고 평론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기도 한다.

사실 국문과는 우스갯소리로 ‘굶는과’로 불리기도 한다. 확실히 취업의 측면에서만 바라보면 다른 학과에 비해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최근 전문직과 공직을 선호하는 경향에 따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진학하거나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비율도 낮지 않다. 하지만 학생 개인의 목표 의식과 방향성에 따라 얼마든지 자신의 진로를 개척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진로와 목표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한 진로는 없다. 예전에는 대학 오면 진로 걱정은 끝인 줄 알았는데 막상 대학에 오고 나니 진로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게 되었다. 특히 나는 1학년 2학기 때 진입할 학과를 결정해야 했는데, 그때도 많은 고민의 과정을 거쳤다. 아직 구체적인 진로를 결정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국문과를 선택한 이유는 내 꿈은 확실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가치 있는 생각과 아이디어들을 많은 사람에게 전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나의 꿈이다. 

문학은 작가의 생각을 독자에게 전하는 매체다. 따라서 문학을 공부하면 아이디어를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또 생각의 전달은 언어를 통해 실현된다. 그러므로 한국어의 구조와 원리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현재 소통과 매체에 대해 더 배우고 싶어서 언론정보학과를 복수전공 중이기도 하다. 이렇게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자연스레 내가 하고 싶은 구체적인 진로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입시가 가까운 학생들은 생활기록부에 장래 희망을 적고 지원할 학과를 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직업’이라는 틀 속에 자신을 가두기보다는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꿈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도 꼭 한 번 가져보기를 바란다.

국문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있다면?

1) 국문과는 글을 잘 써야 한다.
국문과에서는 글쓰기를 배우지 않는다. 따라서 글을 잘 쓴다고 해서 큰 메리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대학교의 글쓰기 교양 수업은 국문과에서 개설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국문과 전공 강의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오해는 국문과와 문예창작학과의 혼동에서 기인한 오해인 듯하다. 국문학은 이미 누군가가 창작한 작품을 분석하고 비평하는 학문이다. 그래서 글쓰기를 꼭 잘할 필요는 없다. 자신의 생각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만 갖추면 충분하다.

2) 국문과에서는 문학만 배운다.
국문과에서는 ‘국어학’도 배운다는 점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언어학은 인문학의 여타 학문과는 결이 다르다. 인문학은 정답이 없는 학문이라 하지만 언어학은 논리적인 방법론을 통해 결과를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어학 강의에서 직접 실험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 통계학 프로그램을 다룰 때도 있다. 문이과의 성향을 두루 지닌 학생들은 국어학을 비롯한 언어학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을 추천한다.

3) 국문과 학생들은 맞춤법이나 문법 지식에 해박하다.
국문과로서 가장 많이 접하고 또 가장 괴로운 편견 중 하나다. 사실 국문과 교수님들조차 수업 때 워드 프로세서를 사용하면 빨간 줄이 그이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문법이나 맞춤법은 ‘규범 문법’에 속하는데, 이는 국어학의 관심사가 아니다. 국어학자들은 한국어 화자들이 실생활에서 어떻게 한국어를 사용하는지에 더 관심을 가진다. 지난 학기에 수강했던 국어학 전공에서 토론했던 주제로 예를 들어보겠다. 요즘 구어에서 ‘네’ 대신 ‘넵’도 많이 쓰이는데 ‘넵’의 받침 ‘ㅂ’은 특정한 의미나 어감을 추가하는지, 그렇다면 ‘넹’은 어떻게 분석할 수 있는지 토론하는 식이다. 요약하자면, 국문과 학생들도 맞춤법 검사기를 사용해야 한다.

중국 생활이 대학 생활 전반에 미친 영향은?

장점은 해외 생활로부터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한국의 학생들보다는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여러 활동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들로부터 형성된 가치관이나 누적된 경험치들이 대학 생활에서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대학에서 자유 주제로 리포트를 작성하거나 대외활동을 할 때 창의적이라는 평가를 종종 들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프레젠테이션 수행평가를 많이 했던 것도 당시에는 괴로웠지만, 대학에서 발표할 때 도움이 되었다.

단점으로는 처음 대학에 왔을 때 적응기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새내기로서 대학 생활에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바쁜데 한국이라는 새로운 환경에도 적응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벅차기도 했다. 그렇지만 힘든 것은 잠깐이고 금방 적응할 수 있기 때문에 너무 겁먹지 않기를 바란다.

국문과를 지망하는 해외고 재학생들에게

국문과를 지망한다면 독서와 글쓰기만큼은 소홀히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독서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하자면, 다양한 분야의 책을 골고루 읽는 것을 권하고 싶다. 문학 작품을 배우다 보면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문구가 절실히 와 닿는다. 작품을 해석할 때는 텍스트뿐만 아니라 창작 당시의 사회적 맥락, 유행하던 사조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한다. 즉, 아는 게 많을수록 더 깊이 있는 해석이 가능하고 전공 공부에 훨씬 더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국문과를 비롯한 인문계열 학생들은 리포트, 서평을 작성할 기회가 많기 때문에 미리 글쓰기 훈련을 많이 해두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12년 동안 참여할 수 있는 글쓰기 관련 활동은 전부 참여했던 것 같다. 그중 상하이저널 학생기자 활동을 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대학 입학 후 처음 리포트 과제를 받으면 우왕좌왕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학생기자로서 한 달에 두 편 이상 자신이 정한 주제에 따라 글을 작성했던 과정이 리포트를 쓰는 과정과 비슷했기 때문에 금방 갈피를 잡을 수 있었다.

나아가 독서와 글쓰기 관련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면 당연히 입시에도 도움이 된다. 오랜 기간 해외에서 생활했는데 굳이 국문과를 지원하는 이유에 대해서 입학사정관도 의문을 가질 것이라 생각했다. 따라서 독서, 글쓰기 관련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것을 강조하며 우리 말과 글에 대한 관심을 어필하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당당해라!”라고 말해주고 싶다. 해외에서 거주했다는 사실로 인해 국문과 지원을 주저하는 학생들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전혀 그럴 필요 없다. 1학년 때 들었던 글쓰기 교양 수업에서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있다. 해외에서 온 학생들도 한국에 있었던 학생들에 비해 전혀 글쓰기 실력이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걱정은 내려놓고 자신감 있게 지원했으면 좋겠다. 아울러 한자를 잘 안다는 것은 국문과생에게는 매우 유리한 조건이다. 한자와 중국어의 어순에 익숙하면 고전문학을 배우거나 오래전에 발표된 논문을 읽을 때 다른 학생보다 앞서나갈 수 있다. 

그러니 우리 말과 글에 대한 관심과 애정, 그리고 학문적 호기심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국문과에 지원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국문과를 지망하는 모든 학생에게 진심으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학생기자 이현제(진재중학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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