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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오늘 나의 상하이

[2017-01-18, 18:40:29] 상하이저널

1998년 2월 어느 새벽이었다. 베이징에서 콰이처(快车)를 타고 13시간이 걸려 상하이에 도착했던 것이. 이른 새벽 희미한 안개 저편으로 처음 마주한 상하이는 시간이 멈춘듯한 유럽풍 고도古都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주머니가 가벼웠던 대학생커플은 와이탄 철교건너편 하루 30위안짜리 도미토리에 짐을 풀고 상하이 곳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윤봉길의사의 발자취를 찾아간 홍커우공원, 그곳에서 만난 루쉰, 상상이상으로 허름했던 임시정부, 눈을 감고 서있으면 골목을 누비던 독립투사들의 모습이 떠올라 콧등이 시큰해졌던 와이탄의 골목들, 동방명주만 덩그러니 서 있던 푸동. 와이탄을 걷 다보면 구걸하는 어린아이들에 둘러싸이기 일쑤였고 숨 돌릴 겸 들어갔던 커피숍에서는 당당하게 싱크대에서 머리감는 복무원의 모습에 배꼽을 잡기도 했었다. 자전거, 오토바이, 우마차가 뒤섞인 도로를 간신히 건너 도착한 공공화장실에서는 앞사람의 뒷통수를 벗삼아야만 했던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누군가는 무질서하고 상식이 없는 그 시절이 견딜 수 없이 힘들었다고 하지만 내 눈에는 사람냄새 나는 그들이 정겨웠고 신기했고 모든게 즐거웠다.


그 후로 20년, 가족을 이룬 우리는 남편의 발령으로 다시 상하이 땅을 밟게 되었고, 벌써 다섯번째 봄을 기다리고 있다. 처음 발령을 받고 많은 분들이 중국은 지저분하다, 위험하다, 시끄럽다며 다섯살 두살 아이를 데리고 떠나는 우리가족을 걱정해주셨다. 가까운 어르신께서는 내 두 손을 꼭 잡으시며 6.25때는 다 그랬다면서 외출 시에는 아이들 허리를 끈으로 연결해서 잡고 다니라고 당부에 또 당부를 하셨었다. 당시 한국뉴스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중국에서 일어난 강력범죄들 - 납치되었던 어린이가 안구가 모두 적출된 채 돌아왔다 - 는 등의 끔찍한 소식이 전해지고 있었으니 어른들 말씀이 지나친 기우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세상 어느 곳이 완벽하게 안전하고 깨끗하고 조용하기만 할까. 스스로가 몸조심 입조심 사람조심하면서 살면 일상은 어디든 똑같은 것을.


작년에 유독 많은 지인들이 귀국을 했다. 올해 그 빈자리를 채우려는 듯 새로운 분들을 뵐 기회가 많은데, 모두들 걱정은 조금 내려놓고 새로운 생활을 누리셨으면 한다. 외국인 거주자로서 마주하는 상하이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과거와 현재가 이렇게 아름답게 공존하는 도시가 또 있을까. 오전에 푸동의 마천루 숲에서 현대의 활기를 느끼고 황푸강을 건너 오후에 프랑스 조계지를 거닐며 시간여행자가 된 것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여기 상하이이다.


일상이 무료해 질 때쯤 바이두(百度)지도를 켜보자. 시내 곳곳을 관통하는 지하철 여행은 날씨의 구애를 받지 않아 좋고, 날이 좋다면 같은 공간 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는 2층버스 투어도 신선한 경험이 될 것이다. 가다가 마음 닿는 곳에 내려서 발길 닿는 곳에 들어가 향긋한 차 한잔과 타르트 한입 베어 물며 여행자놀이에 빠져볼 수 있는 것은 오늘 여기에 있는 우리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사춘기의 나와 늘 함께였던 장국영이 머물렀던 찻집 바로 그 자리에 앉아 그를 추억할 수 있는 이곳이 바로 "오늘 나의 상하이"다. 올 한해 이곳에 계신 모든 분들의 하루하루가 건강과 행복이 가득한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빌어본다.

 

보리수(nasamo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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