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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교실풍경

[2012-11-30, 23:00:00]
너희 선생님이 최고더라

어느새 늦가을 길을 지나 초겨울 길이 시작되는 길목에 와 있습니다. 올해 상하이에서는 길어진 가을 덕분에 한층 곱게 물든 나뭇잎과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을 많이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벌써 2012년도의 끝자락에 와있습니다. 12월, 한국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아마도 예년보다 더욱 들썩거리며 분주해할 것 같습니다.

몇 년 전 한국에서 5학년을 담임하고 있었던 때가 생각납니다. 기말시험을 앞두고 그 동안 배웠던 내용을 정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도시의 주택 문제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한 아이가 “선생님, 이거 모두 명박이 때문이에요.”하며 열변을 토하자, 그 옆에 있던 다른 아이가 “야, 지금은 노무현이 대통령이거든, 이 책은 무현이 때 만들어진거야. 아직 이명박이 인계 받지 않았어”하며 맞받아치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한 아이는 야당을 지지하는 집안이고 다른 한 아이는 여당을 지지하는 집안인 듯싶었습니다. 야당을 지지하든 여당을 지지하든 아이들이 한나라의 대통령을 친구이름 부르듯 아무렇게나 불러 대는 모습을 보니 왠지 씁쓸해 졌습니다. 12살밖에 안 되는 아이들이 자기들보다 한참 나이 많은 어르신들을 그것도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들을 “명박이”, “무현이”하며 친구이름 부르듯 아무렇게나 부르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된 것은 아마도 그 아이들의 잘못만은 아닐 것입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어른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배우고 따라 합니다. 이 아이들도 집에서 부모님들이 그렇게 부르는 소리를 듣고 그대로 따라 했을 것입니다. 때로는 우리 부모님들이 자녀 앞에서 권위에 대하여 너무 함부로 이야기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큰 권위가 무너지면 작은 권위도 자연스럽게 무너지게 됩니다. 부모님들이 윗사람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 하는 것을 듣게 된 아이들은 그 윗사람뿐 만 아니라 가까이에 있는 선생님이나 부모님도 아무렇게나 이름을 불러대고 더 나아가 함부로 대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고학년에 되면 아이들끼리 선생님을 부를 때 선생님이라는 존칭어를 생략하고 김 아무개 또는 성은 빼고 이름만 부르던지 또는 걔라고 부르는 경우가 흔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중, 고등학생이 되면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할 때 부모님들에 대해서도 걔라고 하든지 그××라며 욕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합니다. 사회의 권위에 대한 존중의식의 파괴는 나아가 가정의 권위까지도 파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 부모님들이 꼭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한국에서는 학기 초에 학부모님들을 한 자리에 모시고 한 해 동안의 학급경영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그 때마다 빼놓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은 자녀가 보는 앞에서 절대 선생님 흉을 보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자녀에게 독을 먹이는 것과 같습니다. 어떤 과목이 싫어서 공부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 과목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싫어서 공부를 하지 않았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허물이 있거나 문제가 많다고 판단되는 선생님의 말씀에는 절대로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중학생 때, 목사님의 설교 말씀을 듣는 것이 너무 좋아서 주일 낮 예배, 저녁 예배, 심지어는 수요 예배까지도 빠지지 않고 자진해서 다녔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집사님이 엄마를 찾아와 목사님의 허물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을 우연히 들은 날 이후로는 예배 시간에 목사님 말씀이 전처럼 깊은 감동으로 와 닿지 않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선생님에 대한 신뢰가 깨질 때 그 아이의 무의식 속에서부터 더 이상 그 선생님에게서 무언가를 배우는 것을 거부하게 될 것입니다.

자녀 교육에 대하여 쓴 어느 책에서 자녀가 집에 와서 선생님에 대한 불평을 털어 놓는다면 꼭 자녀의 말에 맞장구를 치라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어쩜, 선생님이 그럴 수 있니?”, “그 선생님 안 되겠네.” 그러면 자녀는 엄마는 무조건 자기 편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다음에도 엄마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 이야기가 전혀 틀리다고는 볼 수 없지만 한 가지 염려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혹시나 무조건 자녀 편만을 들어 주는 부모로 인해 그 아이의 선생님에 대한 불만이 더욱 정당성을 갖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엄마도 그 선생님은 문제가 있다고 하셨어”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그 아이는 문제가 있는 선생님 밑에서 공부를 하는 내내 불행할 것입니다. 물론 자녀가 선생님에 대한 불평을 할 때 “너에게 뭔가 문제가 있어서 그랬겠지”, “너 또 뭐 잘못했지?”라며 무조건 자녀를 타박만 해서는 안됩니다.
 
이것은 오히려 자녀와의 대화의 단절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자녀가 선생님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을 때 그것에 대한 감정적인 동의는 하되 그 행동에 대한 동의는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습니다. “어머, 그랬구나”, “저런”, “그래? 너 그때 많이 속상했겠구나.”하면서 말입니다.
 
자녀가 행복하게 배움의 터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때로는 자녀를 위해서 “너희 선생님이 최고더라”라는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것도 현명한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김한나(상해한국학교 초등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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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교육대학 국어교육학과 졸업 후 경기도 소재 초등학교와 상해한국학교에서 19년 동안 현직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주관한 좋은수업만들기대회, 인성교육연구대회에서 1등급 등을 수상했으며 교재연구록대회, 학급경영아이디어대회에서 최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kimhanna-1@hanmail.net    [김한나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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